이제는 금융도 AI 시대
이제는 금융도 AI 시대

투자를 진행할 때 우리는 세 가지를 고려합니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사고팔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공부하다 보면 ‘투자는 어렵다’, ‘누가 대신 좀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하죠. 그래서 요즘 로봇이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기입니다.

내 손안의 자산관리사,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AI 자산관리사’를 뜻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AI 기술을 기반으로 투자자의 투자 성향 등을 파악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리밸런싱도 가능합니다. 포트폴리오로 운영된다는 점에서는 펀드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투자자 성향이나 자산 규모, 나이, 투자 기간, 자금 이용 목적 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 펀드나 ETF보다 개인화에 유리합니다. 즉, 개념으로 살펴보았을 때 ‘펀드의 안정성’과 ‘PB(Private Banker, 자산관리사)의 맞춤형 관리’라는 장점을 모은 것이 로보어드바이저입니다.

기계를 이용한 투자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시스템 트레이딩’이 대표적이죠. 로보어드바이저와 시스템 트레이딩은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의해 매매를 결정한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목적이나 내용은 다릅니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단기 매매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데 비해 로보어드바이저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 종목이 아닌 포트폴리오로 자산을 구성하고 금융시장 변동에 맞춰 투자 비중을 조정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합니다. 즉, 로보어드바이저는 단순 매매 결정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에게 맞게 ‘리밸런싱’을 한다는 점에서 시스템 트레이딩보다 진일보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렇다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첫째, 주관적인 판단이나 개입을 최소화해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추천이 가능합니다.

둘째, 수수료가 저렴하고 서비스 가입에 필요한 최소 운용 금액도 낮습니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던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의 문턱이 낮아진 것입니다.

셋째, 사용이 편리합니다. 증권사나 은행 지점 방문 없이도 모바일로 상담에서 투자까지 모든 과정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현황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수익률이 저조했고, 기술은 부족해 자산운용 자문이나 보조 역할에 그치면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은 게 사실입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19년,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자산운용사에서 펀드·일임 재산을 위탁받아 운용할 수 있게 되면서죠. 여기에 코로나19로 초저금리시대가 이어지고, 비대면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성장에 가속이 붙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키운 주역은 탄탄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핀테크 회사들입니다. ‘핀트’, ‘파운트’, ‘에임’이 대표적인데요. 2020년 말 기준, 3사의 운용금액은 1조 1,851억 원입니다. 2019년 말 대비 무려 5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3사의 앱 이용자 수는 무려 120만 명인데요. 핀트에 의하면 전체 이용자 중 2030세대 비중이 77.6%에 달한다고 합니다. 핀테크 로보어드바이저의 최소 가입금액은 10만~300만 원 정도로 소액으로 PB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젊은 층에 통한 것입니다. 핀테크 회사에 이어 국내 금융사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이거나 파운트, 핀트 등 전문 업체와 손잡고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크게 자문형, 일임형, 하이브리드형으로 나뉩니다. 자문형은 월정액을 받고 자산 배분이나 리밸런싱을 고객에게 제안하고 실제 매매는 고객이 결정하지만, 일임형은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리밸런싱, 매매까지 로보어드바이저가 수행합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형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에 전문가의 의견을 더한 형태입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크게 일임형과 자문형으로 2021년 8월 기준, 자문형 계약자 수는 일임형의 약 2.5배를 상회합니다. 많은 투자자가 아직 로보어드바이저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본인이 한 번 더 판단할 기회를 얻길 원한다는 거죠.

올해 8월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가장 많이 판 곳은 은행입니다. 계약자 수가 많은 만큼 운용 금액도 가장 많습니다. 은행권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이 늘고 있는 것은 초저금리 영향이 큽니다. 은행의 예금 금리가 0%로 떨어지면서 예금의 대체 투자처를 물색하는 소비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한 거죠. 실제로 10월 1일 기준, KB국민은행의 ‘KB케이봇쌤 해외(적극투자형)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0.28%로 8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권 저축성수신금리와 비교해 약 10배나 높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탈예·적금 고객들과 함께 증시 활황에도 주식투자를 어려워하던 투자자들에게도 대안이 되고 있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 바둑 기사 이세돌을 이기는 시대라고 해도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나 투자에 100% 좋은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릅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동화된 투자 리밸런싱 서비스로 변동성과 투자 리스크를 제어하고, 금융이해력이 낮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장벽을 낮춰주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떤 것을 고려해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선택해야 할까요?

첫째, 금융이나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지닌 회사의 상품이 좋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달라지고, 알고리즘은 이런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설계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상품정보, 과거 수익률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상품정보나 상품설명서를 통해 운용전략을 확인할 수 있고, 과거 수익률은 그 운용전략의 승률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므로 단기간의 수익률보다는 장기 수익률을 주의 깊게 보길 권합니다.

셋째, 운용보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수료가 적은 게 장점이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1%도 아쉽죠. 수익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받는 곳도 있고, 무료인 곳도 있으니 투자자 관점에서 납득할만한 수수료와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운용되는 곳이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하지만 잠재 가능성이 높고, 정부에서도 빅데이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시장은 더 커질 겁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제안한 포트폴리오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우선 로보어드바이저를 하나의 조언자(advisor)로 인정하면서 꾸준히 금융 지식을 쌓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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