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에도 플랜이 필요하다
상속에도 플랜이 필요하다

지난해 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하며, 전 국민의 관심이 삼성 오너 일가의 상속세에 쏠렸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은 대략 26조 원으로 상속세만 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외신은 ‘삼성 일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내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실제로 스티브 잡스의 상속세보다 3.5배 많은 수준이라고 하죠. 하지만 상속세는 더이상 ‘부자들만의 세금’이 아닙니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10억 원에 육박하는 요즘, 상속세가 취득세나 양도세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한 세금이 되었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죠. 오늘은 아는 만큼 절세하는 상속세에 대해 공부해보겠습니다.

상속과 증여의 차이점은?

상속과 증여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릅니다. 재산을 대가 없이 넘겨준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증여세는 재산을 주는 사람이 살아있을 때 받은 재산에 대해 내는 세금이고, 상속세는 재산을 주는 사람의 사망으로 인해 재산을 받았을 때 내는 세금입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국내외 모든 재산을 합해서 계산하게 됩니다. 부동산과 주식, 현금 등 당장 금액을 계산할 수 있는 물건부터 특허권, 저작권 같은 법률상 권리도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 물론 돌아가신 분이 낸 보험료나 채무도 상속재산에 속하지요. 상속세를 계산할 때는 먼저 상속재산을 파악한 뒤 아래와 같은 공제제도를 활용해 최대한 상속재산의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상속공제는 크게 상속인의 가족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배우자 없이 상속인이 자녀로만 구성된 경우에는 5억 원을 일괄공제하거나, 기초공제 2억 원과 기타 인적공제를 합산한 금액 중 큰 금액을 공제합니다. 배우자와 자식이 있다면 적어도 일괄공제 5억 원에 배우자공제 5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죠. 배우자공제는 원칙적으로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을 공제해줍니다. 다만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을 한도로 하며, 최대 30억 원을 넘지 못합니다. 이외에도 가업 상속이나 영농 상속처럼 재산의 종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상속공제, 금융재산에 대한 공제 등 여러 공제 조항이 존재합니다. 반면 증여공제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10년 단위로 배우자는 6억 원, 직계존비속 중에서 성인은 5천만 원, 미성년자는 2천만 원, 기타친족으로부터 증여받은 경우는 1천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상속세와 증여세에 적용되는 공제내용은 다르지만, 세율은 같습니다. 모두 5단계 초과 누진세율이 적용되는데 상속재산에서 상속공제를 적용하고 난 과세표준 금액에 세율을 곱한 뒤 여기서 누진공제액을 빼는 식입니다

상속ㆍ증여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국세청의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지난해 상속세 신고 건수는 9,555건, 상속재산은 21조 4,283억 원으로, 2017년보다 약 5조 원 정도 증가했습니다. 자산 종류를 보면 건물 32.1%, 토지 31.3%로 부동산이 약 60%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신고된 증여재산도 부동산이 약 59.8%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상속과 증여도 증가한 거죠.

올해 4월,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11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상속 공제 한도는 20년 넘게 변동이 없습니다. 자산 가격은 올랐지만 공제 한도는 그대로이니 서울에 아파트 한 채에 기타 금융재산만 가지고 있어도 적극적으로 상속세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상속세, 증여세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궁금할 만한 소문의 진실을 파헤쳐보았습니다.

Q. 자식보다 손주에게 증여하는 게 이득이다?!

손주에게 증여하면 할증과세가 됩니다. 할증과세는 세대를 건너 증여 또는 상속하면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한 번 생략되기에 30%를 더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재산이 많은 경우 할증과세를 적용받더라도 조부모에서 부모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두 번에 걸쳐 증여하는 것보다 바로 증여하면 세금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각자의 재산 규모와 상황에 맞춰 상속 플랜을 짜야 합니다.

Q. 부모가 빌려준 전세자금, 증여세를 내야 한다?!

세법에서는 개인의 직업이나 연령, 소득 등을 기준으로 어떤 재산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될 때 재산 취득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미성년자가 많은 주식을 매수하거나, 경제력이 없는 자녀가 고가의 전세자금을 부담했다면 증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증여가 아니라 빌린 돈이라는 점을 별도로 증명하면 예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 간의 계약서 등을 마련하고, 이자를 주고받은 기록도 보관해야 합니다. 현행 세법에서 정한 연 4.6%의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 금액과 실제 수취한 이자 금액을 비교해 그 차액이 1천만 원을 넘으면 과세하고 있으니, 이자 책정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Q. 시세가 오른 아파트, 배우자 증여로 절세할 수 있다?!

4억 원에 산 아파트가 8억 원이 된 상황이라면 배우자 증여가액 6억 원과의 차액인 2억 원에 대해 양도세를 과세하는 게 원칙이겠죠. 하지만 소득세법 제 97조의2 제1항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자산을 증여받은 사람이 5년 이내에 그 자산을 양도할 경우 취득가액을 증여한 사람의 당초 취득가액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도 시점이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라면 배우자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8억 원에서 6억 원이 아니라 4억 원만 차감해 총 4억 원에 대한 양도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즉, 증여 시점과 양도 시점에 따라 취득가액이 낮아져 양도소득세를 많이 부담할 수도 있는 거죠.

Q. 배우자가 있다면 30억 원까지는 상속세가 없다?!

배우자공제는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배우자공제에는 한도 규정이 있습니다. 총상속재산의 민법상 배우자상속지분을 한도로 합니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는 자녀와 공동 상속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상속지분은 자녀보다 1.5배 많습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1명 있다면 배우자상속지분은 60%죠. 30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상속할 경우, 18억 원까지만 배우자상속공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결국 배우자상속공제 18억 원과 일괄공제 5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과세합니다.

Q. 상속세는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상속세는 납부 세액에 따라 분납 또는 연부연납이 가능합니다. 납부할 세액이 2천만 원 이하일 때는 1천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할 세액이 2천만 원을 초과할 때는 세액의 50% 이하의 금액을 납부기한 경과 후 2개월 이내에 분납할 수 있습니다. 납부세액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세 담보를 제공하면 최대 5년간 6분의 1씩 연부연납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상속세에 연 1.2%의 가산금이 더해집니다.

상속할 때, 절세효과를 높이려면?

상속세는 부모 사망 시 6개월 이내 현금 납부가 원칙입니다. 현금이 부족하다면 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원하는 시일 내에 빠르게 현금화하기 어렵죠. 결국 급매로 제값을 못 받고 처분하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이런 경우를 막으려면 미리 상속, 증여 계획을 세워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첫째, 증여는 빨리 시작하세요.

사전증여는 출생과 동시에 10년마다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10년마다 배우자는 6억 원, 미성년자인 자녀의 경우 2,000만 원, 성인 자녀의 경우 5,000만 원씩 증여재산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몇몇 전문가들은 피상속인의 소득이 높을 경우 공제 한도 외에 10% 세율이 적용되는 1억 원 이하로 과감하게 증여하길 권하기도 합니다. 증여 후 상속을 할 때, 10년 이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과 5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을 합산해 산정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피상속인이라면 상속인이 아닌 손자나 며느리, 사위에게 증여하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둘째, 여러 명에게 나눠주세요.

상속세는 상속인 수와 관계없이 전체 상속재산을 구한 뒤 상속받은 재산 비율대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반면 증여세는 각자 세금을 계산합니다. 여러 명에게 재산을 쪼개서 나눠주면 누진세율이 낮아지는 거죠. 상속을 준비하는 분들이 오랜 기간 증여 플랜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딸에게 3억 원을 증여하면 딸이 부담할 증여세는 4천만 원입니다. 3억 원을 딸과 사위에게 각각 1억 5천만 원씩 증여하면 증여세는 2,800만 원으로 1,200만 원을 절세할 수 있습니다.

1) 딸에게만 증여할 경우
3억 원 – 5천만 원 공제 = 2억 5천만 원 x 20%
= 5천만 원 – 누진공제 1천만 원 = 4천만 원

2) 딸과 사위에게 증여할 경우
딸 : 1억 5천만 원 - 5천만 원 공제
= 1억 원 x 10% = 1천만 원

사위 : 1억 5천만 원 – 1천만 원 공제
= 1억 4천만 원 x 20%
= 2천 8백만 원 – 누진공제 1천만 원
= 1천 8백만 원

셋째, 저평가된 재산부터 증여하세요.

증여에도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현금보다는 주식, 주식보다는 부동산이 먼저죠. 주식은 가치상승이 예상되는 비상장주식, 저평가된 주식 순으로 증여해야 유리하고, 부동산은 임대수익이 있는 부동산을 증여하면 수증자의 재산에도 도움이 되고, 추후 임대수익에 대한 상속세도 줄일 수 있습니다. 천 원짜리 묘목을 증여해 10년간 키우면 10만 원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효과를 누리듯이 자산의 가치가 낮은 것부터 사전증여하면 됩니다. 다만 증여세법에는 ‘재산 취득 후 재산 가치 증액에 따른 이익의 증여’ 기준이 있습니다. 5년 이내에 큰 이익이 예상되는 재산이라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넷째, 상속세 대납으로 절세할 수도 있습니다.

상속인들은 전체 상속세에 대해 서로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연대납세의무를 지더라도 모든 책임을 부담하는 게 아니라 각자 받을 재산을 상한으로 하게 됩니다. 이때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의 상속세를 대납할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절세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으로 자녀 몫의 상속세를 대납해 자녀의 상속재산을 최대한 지켜주는 거죠. 다만 연대납세의무의 상한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마지막으로, 신고기한을 꼭 맞추세요

증여는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세를 신고해야 합니다. 이를 준수하면 납부세액의 3%를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인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하면 산출세액에서 공제액 등을 차감한 금액의 7%를 공제해줍니다. 최근 세무조사가 늘어 미신고 증여가 밝혀지면 가산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제때 신고하고 세액공제를 받는 게 유리하겠죠?

저금리 시대에는 돈을 불리는 것만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세테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세금 지식이 있어야 본인의 상황에 맞는 절세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더는 상속세를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라고 모른 척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미리 공부하고 꼼꼼하게 절세 전략을 세워야만 스마트하게 상속할 수 있습니다. 세금은 아는 만큼, 노력하고 준비하는 만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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