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투자 시그널, ESG
새로운 투자 시그널, ESG

요즘 투자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ESG입니다. 작년 11월,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을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죠. 기업의 CEO를 비롯한 ‘C-레벨’은 2021년 기업 신년사와 주주총회에서 ESG 경영 전략을 공표하기 시작했고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는 등의 움직임도 보입니다. 대기업은 물론 금융회사, 공공기관, 투자기관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ESG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짚어보았습니다.

기업의 새로운 생존전략, ESG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의 3대 비재무 지표를 뜻합니다. 그동안 재무 정보가 기업의 성과를 설명했다면 ESG는 그 이면을 주목합니다. 기업이 환경(E)을 고려하며 성장하고 있는지, 사회적 책임 경영(S)을 다하고 있는지, 지배구조(G)를 투명하고 다양하게 구축했는지 등 새로운 기업 가치를 고민해야만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SG는 기존의 CSR과는 다릅니다. CSR의 목표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착한 회사’라는 평판을 얻는 데 그쳤다면, ESG는 직장 내 양성평등, 채용, 공급망 관리 등 기업 경영 전반을 사회적 가치 실현과 연결하고, 재무적 성과까지 창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실제로 ESG 관리에 소홀한 기업들이 재무 실적에 타격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가치 평가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ESG 경영이 글로벌 이슈가 된 이유

ESG 시대를 연 기폭제는 편지 한 통이었습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기업 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기업이 배출한 탄소를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전략을 요구했습니다. 일 년 전 ESG 경영 실천 기업에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에 이어 구체적인 전략까지 요구해 ESG 시대를 앞당긴 것입니다.

협력사에 강도 높은 ESG 경영을 요구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애플이 주도하는 ‘RE100’이 대표적입니다. RE100은 기업의 전력량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애플, 구글,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 업체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새로운 무역 장벽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소비자도 달라졌습니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전체 매출의 1%를 각국 환경단체에 지원하고, 친환경 소재를 고민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앞장섰습니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며 ‘이 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는 문구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의류라도 가급적 덜 사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영 마인드는 소비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에 적중했고 2019년 파타고니아코리아 매출은 약 428억 원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3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ESG는 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된 것입니다.

K-기업에서 확인한 ESG의 현주소

미국, 유럽발 ESG의 인기를 타고 국내 기업들도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사업 분야를 개편하는 등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2005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였고, 금융업계 최초로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한 KB금융은 ‘2021 블룸버그 양성평등 지수’ 기업으로 3년 연속 선정되며, 양성평등 증진에 기여한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친환경을 내세운 변화는 더욱 다양합니다. SK E&S, 포스코 등은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발맞춰 관련 정책에 공동 대응하고 사업 전략을 함께 고민한다는 취지로 에너지 연합체 ‘에너지얼라이언스’를 출범했고, KB 금융은 국내 금융 그룹 최초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채권 인수를 중단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ESG 시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코로나19 팬더믹을 거치면서 ESG 경영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환경과 자연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친환경 기업에 대한 지지도 늘었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소 사업에 뛰어들고,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일부가 친환경 테마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출처: 에프앤가이드 / 단위=억원

실제 테마별로 분류한 국내 펀드 가운데 친환경 분야 ESG 펀드와 녹색성장펀드의 설정액 규모는 최근 1년 새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는 주식형 ESG 펀드 설정액이 1년 새 3,161억 원에서 1조 1,715억 원으로 270%나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형 ESG 펀드의 수익률은 무려 85%에 달합니다.

국내 주요 연기금이 ESG 선도기업에 투자 확대를 선언했기에 앞으로도 ESG를 향한 돈의 흐름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전기차 전환이나 에너지 전환 같은 기업의 전략 변화와 그린 뉴딜 같은 정부의 정책 변화 역시 ESG의 흐름과 궤를 같이합니다. 다만, 돈이 몰리는 곳에는 리스크도 있기 마련입니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친환경 성과를 부풀리는 ‘그린워싱’ 기업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공신력 있는 ESG 평가기관의 정보를 활용해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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