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말고 ‘연끌’
‘영끌’ 말...

지난해 사회적으로 가장 화두가 되었던 용어 중 하나는 ‘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의 줄임말인 ‘영끌’이었습니다. 요즘은 퇴직연금을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직장인이 급증하면서 ‘연금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의 ‘연끌’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연끌은 퇴직연금 수익률 1~2%대 시대에 노후 자산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려는 600여만 퇴직연금 가입자의 고민과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투자 열풍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다시피 했던 퇴직연금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와 퇴직연금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퇴직연금 투자가 떠오른 이유

투자자들 사이에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첫째, 은행 신용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직접 투자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방치된 퇴직연금을 활용하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펀드나 ETF 투자로 개별 종목 선정에 따른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둘째, 수익률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체적으로 원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지난해 1.68%였지만, 실적 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증시 활황의 영향으로 10.67%까지 치솟았습니다.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퇴직연금을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셋째,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저축 계좌를 통해 주식형 펀드와 ETF에 투자하면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연금계좌로 주식형 펀드와 ETF에 투자하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습니다.

개인이 운용 가능한 퇴직연금의 종류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잠자고 있던 퇴직연금을 깨워 스스로 금융 상품을 선택하고 퇴직 적립금 운용에 나서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퇴직연금의 종류에 따라 가입자가 직접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으므로 미리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의 종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의 종류에는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개인형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이 있습니다.
확정급여형은 근로자가 퇴직 시에 수령할 퇴직급여가 근무 기간과 평균 임금에 의해 사전적으로 확정된 제도입니다. 사용자(기업)는 매년 최소 적립금 이상을 적립하고 적립금 운용 방법을 결정하며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확정기여형은 사용자(회사)가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12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 방법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근로자는 개인 자금을 추가해 운용할 수 있으며 운용 결과의 책임도 근로자 본인이 지게 됩니다.
개인형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금을 개인 명의의 퇴직 계좌에 적립하여 연금 등 노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근로자는 퇴직연금 수령 개시 연령에 도달하지 않아도 DC형 퇴직연금 계좌처럼 추가로 적립과 운용을 할 수 있습니다.

확정급여형(DB)은 사용자인 기업이 적립금을 운용하는 반면,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가입자인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의 운용 방법을 결정하고 이에 따른 성과로 연금 수령액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퇴직연금으로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싶다면,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해야 합니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 합계
*출처: 금융감독원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100조 원’ 돌파

지난 4월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이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DC형과 IRP를 합친 금액이 2019년 83조 2,000억 원에서 2020년 101조 6,000억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며 퇴직연금 투자 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DC형과 IRP 계좌를 통한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는 많이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DC형의 경우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비율이 2019년 15.7%에서 지난해 16.7%로 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IRP는 25.5%에서 26.7%로 1.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들어 예·적금 등으로 운용하는 원리금 보장형보다 실적 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마트한 투자자들의 선택, ETF와 TDF

요즘 퇴직연금 계좌에 상장지수펀드(ETF)를 담는 투자자가 늘고 있습니다.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운용 보수가 저렴해 장기 투자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렴한 수수료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주식처럼 편리하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퇴직연금 계좌로 ETF에 투자하면 인출 시점까지 매매 차익과 배당 수익에 대한 과세가 이연되며, 인출 시점의 연금 소득세만 납부하면 되므로 연금 투자자들이 관심을 둘만 합니다.

타깃데이트펀드(TDF)도 국내 대표 연금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TDF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은퇴 시점을 타깃데이트(목표 시점)로 설정하고, 생애주기를 고려해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펀드입니다. 투자자가 젊을 땐 해외 주식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운영합니다. TDF의 가장 큰 장점은 펀드를 관리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일반 연금펀드는 주식 시장이나 채권 시장 시황에 따라 투자자가 상품을 환매하거나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TDF는 만료 시기에 맞춰 주식 비중과 채권 비중을 조절하도록 설계돼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 입장에서 편리합니다.

퇴직연금 투자 시 안정성을 고려하라

퇴직연금의 경우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원리금 비보장 자산에 투자하는 한도를 전체의 7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적립액 전부를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면 노후 소득 보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장치를 마련해놓은 것입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자산입니다. 따라서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자금을 관리하면서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방치하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입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현재 나이와 향후 근로 계획, 노후 자금이 필요한 시기 등을 고려해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관심을 두고 관리한다면 목표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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