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성덕’의 조건
지속가능한 ‘성덕’의 조건

Interviewee|남우리

  • 연령 33세

  • 근로형태 자영업

  • 연차 8~12년차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예적금,보험

  • 한 달 생활비 250~300만 원

남우리는 한 달 평균 30~40만 원을 콘텐츠를 보기 위해 쓴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웨이브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구독 중이며 인터뷰 중인 그의 뒤편엔 120만 원을 호가하는 해리포터 오리지널 레고 모델이 멋지게 전시돼 있다. 콘텐츠 헤비 유저임이 물씬 느껴지는 그가 여러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판타지 장르다. 특히 해리포터에 관한 내용으로 몇 시간이고 얘기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는 ‘성덕(성공한 덕후)’의 선례라고 봐도 무방했다.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외하고 콘텐츠 소비 비중이 가장 많다는 남우리를 그의 일터에서 만났다. 광고 회사 스튜디오좋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가 무언가를 보기 위해, 덕질하기 위해 쓴 돈은 아마도 ‘투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빙그레우스 마시스’를 알고 있는지? 제과 회사 빙그레가 탄생시킨 캐릭터다. 빙그레우스가 직접 운영하는 콘셉트의 인스타그램 채널에 들어가면 속수무책 시간을 뺏기고 말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상하게(?) 재미있고 점점 그에게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는 빙그레에서 나온 끌레도르, 비비빅 등 자매 상품을 열렬히 홍보하고 자신의 미모에 언제나 심취해 있다. 댓글난에는 소비자들이 마치 빙그레우스의 ‘찐 팬’인 양 “얼굴이 너무 맛있다”, “빙그레우스님의 공덕이 내리셨나니”, “빙그레우스님 참여하였소” 등 진심이 우러나는 티키타카가 이어진다.

약간의 ‘병맛’과 빙그레 자사 제품에 관한 디테일한 패러디가 담긴 온라인 바이럴은 스튜디오좋이 올해 새롭게 맡은 프로젝트다. 남우리는 스튜디오좋에서 공동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에게 최근 스튜디오좋 피드에 올라온 빙그레 밀크타임에 관해 물었더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답변이 돌아왔다. “작은 우유는 요망한 빙그레우스님, 큰 우유는 진득한 빙그레우스님이 나오세요.” 프로젝트의 리더로서라기보다 자신이 기획한 스토리를 천연덕스럽게 즐기는, 마치 빙그레우스님을 보필하는 캐릭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스튜디오좋의 재기발랄한 광고는 이뿐만 아니다. 그들의 포트폴리오가 있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최근 “불 좀 꺼줄래?”라는 카피로 유명해진 컴퓨터 메모리 브랜드 클레브Kelvv의 T1 광고, 삐에로쇼핑의 광고 등 요즘 인기 있던 유수의 광고는 스튜디오좋의 결과물이었던 것.

남우리와 스튜디오좋에서 화수분처럼 솟는 B급 감성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삼성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좋의 사무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얼핏 감이 왔다. 남우리와 마주 앉은 테이블 뒤로는 해리포터의 레고 성이 쌓여 있고, 핫핑크색 털을 과시하는 유니콘 인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화책방을 방불케 하는 휴식 공간은 어떠한가? 해리포터 소설 전권과 <기생수>, <코난>, <드래곤 볼> 등 그의 취향을 보여주는 각종 만화가 빼곡히 꽂혀 있다. 그중 화룡점정은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와 그리핀도르의 교복 두 벌이 실제 크기로 전시되어 있는 장면이었다. 마치 만화나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이 앉아 있는 남우리 대표. 다시 한번 그가 성공한 덕후임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남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공부로서, 하나는 취미로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광고 기획, 제작에서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 2년 전 아이가 태어나면서 일상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는 그는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전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밤 9시부터 자기 전까지 볼 콘텐츠를 고르는 일이 마냥 즐겁다는 그는 요즘 넷플릭스를 예로 들며 소비 루틴을 설명했다.

콘텐츠를 자신의 취향과 상관없이 ‘공부하기’ 위해 본다.

넷플릭스 시청 순위권에 든 1위부터 10위까지의 콘텐츠를 자신의 취향과 상관없이 ‘공부하기’ 위해 본다. 대중의 취향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알아야 물건을 팔 광고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직업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소비한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그들이 왜 좋아하는지’, ‘무엇 때문에 소비하는지’까지 분석한다. 이러한 패턴에 효율성을 더하기 위해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송재원 감독과 반반씩 몫을 나눠서 보기도 한다고. 이런 효율성은 남우리가 취미로서 보는 콘텐츠에도 적용된다. 남들은 마냥 기피하는 스포일링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을 시작하기 전에 각종 SNS의 정보, 뉴스, 나무위키 등에서 분석한 정보를 빠삭하게 접한 후 볼지 말지를 결정한다. 최근 로맨스 판타지(이하 로판)를 특히나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따라 여자 주인공이 언제 각성하는지, 악역이 명확한지의 여부 등을 체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로판 다운 것을 선택하고 여자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여 본다. 그의 로판에 대한 애정은 쇼핑으로도 이어진다. “요즘 저는 로맨스 판타지를 현실화한 옷을 좋아해요. 오늘은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왔어요.” 화사한 흰색 블라우스, 진주알이 꿰어진 목걸이, 각종 반짝이는 것이 박힌 스니커즈까지. 그중에서도 미우미우라는 브랜드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마치 판타지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라고.

남우리가 해리포터 굿즈와 로판 속 주인공으로 만드는 패션 소품을 소비하는 데에는 한 가지 메시지가 들어 있다. 빙그레가 빙그레우스를 만들 듯 남우리도 자신을 표현하기 적당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아이템들인 것이다. “광고 촬영장이든 미팅 장소에서든 누군가가 제게 “해리포터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먼저 말을 걸어주셨을 때 대화할 물꼬가 트이는 거, 그게 되게 좋아요. 저는 해리포터 관련해서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랑 친해지기도 하고요.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좋고요. 나 자신이 그냥 ‘아무나’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야’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한 달 콘텐츠 소비 금액은 30만 원으로, 50만 원이 넘는 지출은 현금을 사용한다.

하지만 굿즈든 패션 소품이든 그의 모든 소비는 계획에 의해 이뤄진다. 한 달에 콘텐츠 소비 금액은 30만 원으로 한정해두고 그 안에서 이뤄진다. 50만 원이 넘는 지출이 있을 땐 카드 말고 현금을 사용한다. 어렸을 때부터 ‘돈이란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잘 써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라, 빚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최근에 이사한 집 역시 소위 ‘영끌(빚,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세태)’하여 집을 사기 싫어서 어느 정도의 돈을 쥐고도 전세로 임대했다. 하지만 사실 좀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고라는 일에 대한 열정도, 좋아하는 소비를 위한 철저한 계획도 어느 면에서나 에너지 넘치는 남우리는 은퇴라는 질문에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저는 정말로 광고가 좋아요. 때로는 취미이자 일이기 때문에 피곤할 겨를도 없고요. 또 남편이랑 저랑 만화 <기생수> 같은 관계예요(웃음). 남편이 제 오른손이 같은 존재거든요. 남편이 의욕을 잃으면 제 의욕만으로 일할 수가 없어요. 공동대표이다 보니 서로 끝까지 은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소비, 마치 빙그레우스 마시스가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대중과 관계를 맺듯 남우리라 라는 캐릭터를 레벨업 하듯 유쾌한 그의 소비는 지속 가능한 성덕의 조건이 아닐까?

남우리의 금융 고민
  • "월급에서 몇 %를 저축해야 노년에 놀고 먹을 수 있을까요?"

  • 남우리님의 고민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자 꿈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마도 이러한 고민이 우리가 오늘 더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되겠죠.

    일반적으로 소득에 대한 배분을 할 때 생활비 30%, 저축 및 투자자산 30%, 노후자산 30%, 예비비 10%의 비중으로 준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늘어난 평균수명과 낮은 금리로 인해 노후준비에 대한 비율을 생각보다 더 높게 잡아야 합니다. 이 30%의 노후자산으로 은퇴하고 나서 평균수명까지의 생활비 (약 30년간)를 충당하는 것이죠.

    사회초년생이나 미혼인 경우에는 결혼자금 및 주택마련자금을 위해 투자자산은 높이고 노후자산은 낮추어야 합니다. 반대로 40대 중후반의 경우 저축 및 투자자산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대신 노후자산은 더 많이 높여야 합니다. 노후준비에 대한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하고 금액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정도 나이가 되신 분들에게는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노후자산으로 준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추가로, 나이가 들면 생활비 이외의 금액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몸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건강관리 비용과 의료비 부분을 해결해야 합니다. 또 젊었을 때 가입했던 보장성보험도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죠.

    겉으로 보기엔 놀고먹으며 사는 것만큼 쉬워 보이는 것도 없지만, 정작 은퇴하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지내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닌 듯합니다. 실제로 준비가 안된 채 은퇴하신 분들 중에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는 안타까운 얘기가 들리곤 하는데요. 남우리님께서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노후준비를 하셔서 노년에도 즐겁고 행복한 ‘성덕’의 삶을 이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재상 라이프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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