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등산 전도사의 하이킹 철학
밀레니얼 등산 전도사의...

Interviewee|김섬주

  • 연령

  • 근로형태 프리랜서

  • 연차 13년차 이상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보험,주식

  • 한 달 생활비 250~300만 원

산에 오르는 게 너무도 좋아 아예 '하이킹 에반젤리스트'라는 직함을 만들어 등산 전도사로 활약 중인 김섬주. 가벼운 옷차림도 좋다,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신발을 벗고 돌과 흙을 밟으며 쉬라고 말하며, 똑같이 정상만 좇는 기존의 등산 룰을 허물어버린다. 산허리를 돌고 돌더라도 자신만의 리듬을 발견하는 것이 산을 대하는 제1 수칙이다.

김섬주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산에 오른다. 등산에 취미를 붙인 지는 7년, 등산을 직업으로 삼은 지는 5년, ‘1주1산’을 목표로 오늘까지 365번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이킹 에반젤리스트라는 직함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전도사란 뜻의 에반젤리스트evangelist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등산의 가치를 알리고 함께 산길을 오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마운틴테라피', '라이트 트레킹' 등 다양한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로 등산을 해석한 것도 그가 산에서 발굴한 기회였다.

어쩌다 산과 사랑에 빠졌나요?
이전에 IT 기업에서 일했어요. 나름 특별한 계기라고 생각하는데, 회사 생활에 한창 무력감이 들 무렵 거래처 지인이 하이킹을 추천해줬어요. 체력이 좋아지면 멘탈이 좋아진다면서요. 그 길로 따라나섰죠. 처음 오른 산은 아차산이었는데, 등산 초보인데도 딱 느낌이 왔어요. 아, 상쾌하다. 정말 좋구나! 그 느낌을 다시 받고 싶어서 주말마다 이 산 저 산 다녔어요. 산에 가는 토요일이 오기만을 고대하며 일주일을 버티고, 주말에는 반드시 쉬고 말리라는 생각으로 금요일까지 몸을 불태워 무조건 업무를 끝내버렸죠.

그렇다고 취미인 등산을 업으로 삼기에는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내 업을 내가 만들리라!' 하는 포부는 전혀 없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호기롭게 나선 길은 아니었어요. 출근이 두려울 정도까지 회사를 다녔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심정에 이르러서야 퇴사를 결정했어요. 퇴사하기 2년 전부터 하이킹을 하고 있었기에 이 좋은 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다음 직업의 단서를 잡았어요. 요즘은 셀프 브랜딩만으로도 충분히 프리랜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그때부터 SNS를 활용해 차근차근 기록하고 비즈니스화하는 준비를 했죠.

“요즘은 셀프 브랜딩만으로도 충분히 프리랜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김섬주의 등산 비즈니스는 체력을 기르는 트레이닝이나 산의 역사를 꿰뚫는 강의법에 있지 않다. 더 나은 등산러를 꿈꾸는 이들을 대상으로 산길에 나서는 마음의 준비를 제안한다. 가뿐하게 하는 산행 전후의 스트레칭, 지치지 않도록 쉬어 가는 법, 산에서 노는 법 등을 알려준다. 두꺼운 등산화 대신 가벼운 트레킹화를 신어도 되고, 꼭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좋은 등산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이킹은 스스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인위적으로 어떤 규칙을 만들어 따라야 하는 활동이 아니므로 오로지 자연을 느끼는 데에만 집중해도 충분해요.”

하이킹하며 레깅스에 탱크톱이라니! 솔직히 눈치 보이지 않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등산복이라고 하는 옷이 딱 정해져 있었잖아요. 제가 처음 산에 오를 때만 해도 그런 등산복을 입지 않으면 큰일 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제가 등산을 해보니 그렇게까지 갖춰 입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요즘은 워낙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가볍게 트레킹 할 때는 얇게 입어도 충분히 안전해요.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었으니 우리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몸에 편한 옷, 오늘의 컨디션은 자신이 제일 잘 아니까. 저는 ‘이래야만 한다’는 폐쇄적인 문화를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벼운 트레킹화, 탱크톱, 레깅스를 착용하기 시작했죠.

본인 배낭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텀블러가 있고요. 여름에는 시원한 물,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담아 가요. 간식거리는 아몬드 버터를 바른 토스트 한 조각이면 충분해요. 저만의 꿀팁으로는, 산행의 상쾌함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아로마 미스트, 그리고 근육통이 있을 때 바르는 보디 오일을 챙겨요.

요즘 즐기는 등산 스타일이 있다면요?
느릿느릿하게 걸으며 내키는 대로 산 이곳저곳에 자신만의 정상을 만드는 것, 완전무장하고 산 초입에 들어섰더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냥 돌아오는 것. 꼭 정상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고 정신력이 다르고 오늘의 컨디션이 다른데, 왜 목표를 똑같이 두는 걸까요? 제약이 없는 곳에서 제약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이상해요. 나는 중학생인데 오늘 당장 수능 시험 문제를 풀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다들 정상에 가니까, 정상에 가야 자랑할 만한 일이 되니까요?
물론 등산에 막 재미를 붙였을 때는 정상에 가는 게 하나의 놀이처럼 재미있고 기대돼요. 저도 그랬어요. (웃음) 그런데 그 시기도 지나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그다음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목표가 정상 그 자체에만 있다면 정상 그 이후로 더 나아갈 이유를 찾기 어렵듯이 저는 산속에서의 기쁨,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알고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이킹을 하다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위에 걸터앉아 쉬어요. 컨디션 관리에도 좋거든요. 한번은 등산한 지 30년 됐다는 어떤 분과 함께 산에 올랐는데 그는 한 번도 산에서 신발을 벗어본 적이 없대요. 솔직히 놀랐어요. 저는 누구나 산에 갈 수 있듯이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대로 걸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일의 더 나은 하이킹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나요?
그저 일단 해보는 것. 저는 ‘더 나은’ 것이란 차곡차곡 쌓아가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일주일에 한 번씩 산에 가는 것이 제게도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산 초입까지만 갔다 오자는 심정으로 운동화를 신어요. 중요한 건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일 같습니다.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방법이다”라는 영국 등산가 조지 핀치George Finch의 말처럼 김섬주는 하이킹에서 지식과 기술, 장비를 강조하기보다는 생각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때마다 유행하는 등산 장비와 핫 플레이스는 바뀔지라도 산길을 걷고 흙내음을 맡는 데서 오는 즐거움은 변치 않으리라는 믿음. 그래서 그는 끝끝내 남는 것들의 세계를 존중하면서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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