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도 여전히 즐겁게 일하기 위해
50대에도 여전히 즐겁게...

Interviewee|하지훈

  • 연령 50

  • 근로형태 자영업

  • 연차 13년차 이상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예적금,보험,주식,펀드,부동산

  • 한 달 생활비 300만 원 이상

찰나의 주저함도 없이 “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작가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기쁘게 자신의 대답을 내놓는 하지훈. 세상은 이미 그를 작가라고 부르는데도 그 직업을 ‘제대로’ 가지기 위해 아직도 노력 중이라고 한다. 그 노력은 곧 식지 않는 호기심, 적당한 긴장감, 그리고 조급해하지 않으려는 평상심으로 드러나 그의 일상을 지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수여하는 2020년 올해의 공예상 수상, 2019년 아세안 11개국 정상회담 당시 각국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선물한 기념품 제작, 영국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을 비롯해 해외 유수 미술관에 작품 소장까지,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의 이력은 화려하다. 또 계원예술대학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름깨나 날린’ 사람으로서 세월이 빚어놓은 자리에서 이만한 오늘에 쉬어 갈 법한데 그는 여전히 궁금한 재료가 많고, 최신 장비를 탐내고, 꿈꿔온 미래를 기다린다.

“제가 올해 50살입니다. 어릴 적에는 이 정도 나이를 먹으면 만사가 수월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요. (웃음) 20대에 치열하게, 30대에 허둥지둥 살았다면 40대에야 일의 효율에 눈을 떴고, 50살이 되어서야 겨우 선택과 집중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에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그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50이 되어서야 겨우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기반에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50대가 된 기념으로 세운 목표가 있다면?
저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 작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 물론 ‘돈 잘 버는’ 작가 말입니다. (웃음) 여기서 돈을 많이 번다는 건 상징적인 수사입니다만, 그만큼 자유도가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더 자유롭게 작가 활동을 하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인생의 다음 목표는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라고 말해요.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고 자유를 갖기 위한 노력으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유’가 업의 중요한 단서군요!
많은 경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기를 바라지만 보통은 그러한 여건을 일시에 얻기 어렵죠.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려면 그 전에 하기 싫은 일도 하며 경제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거죠. 저는 그 시기를 견디고 나면 비로소 위상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봐요. 그건 불변의 진리인 것 같아요.

하지훈은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려고 매사에 신경 쓴다. 예컨대 경력이 쌓여도 호기심은 필수다. 궁금증을 유야무야 뭉개는 법이 없다. 모르는 건 물어야 하고 새로 나온 장비는 써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새로 나온 기기는 일단 사요. 시행착오를 겪지만 실패하더라도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3D 프린터 기기 2대, CNC 기기 1대를 샀어요. 저 같은 창작자에게 투자 대비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이런 도구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니까. 결국 모든 득실은 어떻게 보느냐, 즉 관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제 예술대학도 입학시험으로 실기를 보지 않아요. 타고난 손재주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거죠. 그래서 바라보는 시각,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통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랐기에 여러분이 좋게 봐주신 것처럼요. 이건 곧 시대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학생들에게도 늘 말해요. 이 시대에 존재하는 재료나 기술에 관심을 가지라고. 또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을 똑같이 가려고 하지 말라고, 본인 길을 만들어야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요. 제가 조금 반골 기질이 있어요. (웃음)”

청와대도 클라이언트였다고요?
청와대를 포함해 서울시청 등 공공 프로젝트 일은 적극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돈을 버는 일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제가 하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 파급될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있어서 행복해요. 물론 개인 클라이언트나 기업에서도 문의가 있고요.

업력이 20년 넘어도 일 앞에서는 긴장감을 내려놓지 않는다. 적당한 긴장감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열정이 되고, 주위 사람들을 위한 배려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스튜디오에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도 있고, 가정에는 아직 어린 자녀도 있고요. 그래서 경제적 부분에 관심을 많이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사고 싶은 도구는 많게는 1000만~2000만 원 정도의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준비가 필요해요. 요즘엔 예금 금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예금 비율을 조금 낮췄고, 주식도 하고 ETF 펀드도 합니다. 목돈을 쌓는다는 개념으로요. 수중에 쓸 돈이 적어지면 '남은 돈을 더 효율적으로 써야겠다,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죠. 아, 가상화폐는 하지 않아요. 직업적인 특성 같은데, 저는 손에 잡히는 물질을 다루는 사람이라 가상의 것에는 흥미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돈과 친한 편인가요?
부모님께서는 ‘명예로운 일을 해야 한다’, ‘돈을 멀리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부모님이 50대를 보낸 시절과 제가 50대인 시절은 전혀 다를 거란 말이죠. 저는 이 시대에는 돈을 버는 것도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일부러 돈을 멀리하거나 불편해하는 건 좋은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앞서 말했듯 이 시대에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안정적인 경제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명예로운 일을 하려면 그 밑바탕에는 그 일에 힘을 쏟을 여건, 동력이 있어야 해요. 그게 적지 않은 경우 돈과 연관되고요. 그래서 저는 금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단지 귀동냥하는 정도라고 해도요.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창작자들이 더 경제 공부를 많이 하고 개념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해요. 창작자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사람이니까요.

일하기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일하듯이 건강도, 휴식도 균형 있게 챙기려고 합니다. 요즘에는 주말에는 일하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제가 덴마크에서 공부할 때 굉장히 충격을 받은 것이, 사람들이 너무 일을 안 한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 나라는 왜 잘살지?’ 하고 생각해보니까 답은 효율, 짧은 시간이라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하려고 해요. 물론 쉽지 않지만, 저도 일할 때는 최대한 집중해서 시간 내에 끝내고 나머지는 리프레시하는 여유를 가지려고 합니다. 쉬는 시간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다음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나요?
오래전부터 제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다시 말하면 저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은 거죠. 그래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요. 근교에 (무리해서) 조그맣게 땅도 샀고 이제 지어야죠.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이루지 못하더라도 미래의 목표를 갖는 거예요. 그러면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 목표를 위해 단계별 플랜이 생기고 나아갈 힘이 나요. 예컨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의 가짓수를 늘려야겠다, 줄여야겠다는 기준이 생길 수도 있고, 돈의 씀씀이가 달라질 수도 있죠. 그래서 지금 제게는 작업실 조성이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에요. 작업실을 갖는다는 건 한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힘들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일관된 기준을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건 꽤 멋진 일이 아닌가. 하지훈은 가구 디자이너로 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제야 출발선에 선 것 같다고 했다. 대신 초심자의 두려움이나 의심 없이 알짜 지식과 설렘만이 있으니 앞으로 달려갈 연료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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