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은퇴 준비, 나만의 서점을 열다
10년의 은퇴 준비, 나만...

Interviewee|최인아

  • 연령 60

  • 근로형태 자영업

  • 연차 13년차 이상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보험,주식,부동산

  • 한 달 생활비 300만 원 이상

제일기획 부사장직을 떠나 책방 ‘마님’으로 생의 새로운 챕터를 펼친 최인아책방 대표 최인아. 30년간 일해온 자리에서 물러서는 마음도, 55세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방을 여는 도전도, 그 번듯한 배경에 쉬이 ‘그럴 만한 결정’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속내는 다르다. 최인아에게는 ‘앞으로 나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찾는 10년짜리 치열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반듯하게 다려진 와이셔츠를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바삐 오가는 직장인들을 마주하며 선릉역 7번 출구 앞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붉은 벽돌 건물 앞에 세워진 청록색의 최인아책방 입간판을 만날 수 있다. 그 순간 마치 해리 포터가 마법 학교로 향하는 열차 승강장을 발견한 듯이 낯설고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까닭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홀로 적막하게 머물 피난처를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건물 4층에 오르면 최인아책방이 있다. 이처럼 빠듯한 도심에 천진난만한 기운을 불어넣는 이, 최인아다. 최인아책방은 그가 은퇴하고 2년 정도 쉬는 시간을 가지며 만든 새로운 시간 투자처다.

은퇴 당시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요?
2012년 사표를 내고 2년 정도 소위 백수라고 하는 자연인 신분으로 지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꿈틀대더라고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나 아직 일할 수 있는데. 세상에 쓰이고 싶어.’ 별수 있나요. 그럼 해야죠.

왜 책방이었나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 그리고 이제껏 해보지 않았지만 해볼 수 있는 일, 그 세 가지 기준의 교집합이 책방이었어요. 여전히 지적 호기심이 있었고, 살면서 크게 즐거움을 느낀 때를 돌이켜보면 책을 읽다가 내가 알던 것과 책 속 내용에 어떤 접점이 생기는 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을 선택했어요.

그렇지만 책방은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란 생각도 있었을 텐데요.
말리는 사람이 많았죠. 실패하면 만회할 시간이 없다는 걱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는 제 인생을 살면서 어떤 갈림길에 섰을 때 어떤 게 유리할까, 어떤 게 이득일까 묻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많은 경우에 그런 질문을 하지만, 인생의 큰 결정 앞에서는 마음이 가자는 대로 갔어요. ‘책방 장사가 잘 안될 것 같다’는 걱정을 압도할 만큼 ‘내가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마음이 컸죠. 효율을 따지는 마음이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운영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을 택했지요.

“어떤 게 유리할까, 어떤 게 이득일까 묻지 않았어요.”

우리는 보통 어떤 결정을 앞두고 스스로 여러 질문을 던진다. 대개 이런 식이다. 어느 쪽이 이익일까 손해일까, 어떤 측면에서 유리할까 불리할까, 이 선택이 옳은가 틀린가. 만약 취업, 이직, 은퇴, 창업 등 일생일대의 선택을 앞둔 상황이라면 답 찾기는 더 난해해진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의심도 짙어진다. 최인아도 결정 앞에 질문으로 시작했지만 그 내용과 방향이 달랐다. '예/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닌 내 안의 정보를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만들었다.

“조직에 속해 일하다 보면 시시때때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죠. 왜 아니겠어요. 저도 그랬어요. 그렇지만 매번 순간적인 기분을 따라갈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내 안의 욕구가 감지됐을 때 선택을 해야겠죠. 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해요. 예컨대 ‘나는 돈이 중요한 사람이야’ 내지는 ‘명예가 중요한 사람이야’, ‘자유가 중요한 사람이야’ 등등. 제가 살면서 경험하고 깨달은 건 ‘질문을 품으면 속에서 발효가 일어난다’는 거예요. 콩을 발효하면 된장이 되고 두부가 되듯이 질문의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이전에는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해요. 그게 열매이고 인사이트예요. 그 힘을 통해 자신만의 솔루션을 만드는 거죠.”

최인아는 ‘돈이 안 되겠다’는 걱정 대신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할까?’를 자신에게 물었고, 기획력에서 답을 찾았다. “우리가 일터에서 ‘일한다’고 하는 건 결국 각자 나름대로 솔루션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솔루션은 질문의 수준과 연관된다는 거죠. 사실 ‘책을 어떻게 팔까?’라는 질문은 물음표를 붙인 나의 목표에 가까웠어요. 그러면 질문을 바꿔야죠.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책을 읽는다는 건 뭘까?’ 전 직장이 광화문에 있어서 교보문고에 자주 갔는데, 서가 사이를 오가다 보면 ‘아!’ 하고 깨닫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발견한 인사이트가, 사람들이 어떤 고민이 있거나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을 때 멘토를 찾지만 책도 찾는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책방에 추천 서가를 만들었어요. 업계 지인들에게 책 추천 노트를 작성해달라고 해서 책과 함께 비치했죠. 설사 추천인을 알지 못해도 고객은 느껴요. '이 사람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네.'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단 말이지?' 그러면 꺼내보고, 읽어보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최인아책방 서가에는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들에게’ 전하는 책 꾸러미가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신에게 몰입할 시간과 공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조용하고 은밀한 자리를 내주는 혼자의 서재를 열기도 했다.

자신의 투자 성향을 평가한다면 안정적인 편인가요, 공격적인 편인가요?
저는 회사 다닐 때도 머리 굴려 투자하고 수익 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돈을 벌려면 연봉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쪽으로는 아주 센스가 없어요. 저희 아버지는 한 번도 신용카드를 만드신 적이 없고 어머니는 할부가 다 끝나서야 산 물건을 꺼내 쓰셨지요. 부모님 성향이 제게도 밴 덕분인지 저 역시 안정적인 게 좋아요. 최인아책방을 혼자 열려고 했다면 못 했을 거예요. 저희는 동업으로 운영하고, 동업자가 재무관리를 하고 제가 콘텐츠 운영 및 관리를 해요. 다짐한 원칙은 있어요.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에서는 오래 할 수 없다고, 적어도 이곳의 수익으로 운영을 유지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그 목표를 위해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실험하고 있어요.

은퇴 선배인 그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많을 터. 그는 이런 말을 해준다고 한다. “적어도 마흔 이후에 하는 고민에 대해서는 일의 유불리를 떠나서 스스로 납득할 만한 결론에 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어려움이 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그래서 저는 자기 안에서 답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해요. 은퇴는 내가 항상 가 있어야 하는 자리가 없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었을 때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이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아는데, 그게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 답이 있어요. 그 위기를 넘길 만한 아이디어를 마련하는 거예요. 흔히 ‘은퇴 준비’라고 말하는데, 이 ‘준비’란 단어에는 그런 위기를 타개할 만한 솔루션을 마련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책방에 추천 서가를 만든 것도 저희 방식대로 돈을 버는 아이디어였어요.”

좋은 결정을 좇아가는 팁이 있다면?
저는 사람만이 멘토가 아니고 기업도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생존하고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 하는 일을 보면 어떤가요? 중요한 프로젝트에 인재를 투입하고 예산을 배정하고 시간을 투자하잖아요. 그렇다면 개인은 자신의 중요한 결정을 위해서 무엇을 투자해야 할까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죠. 그것이 생의 질문이라면 하루 이틀 해서 될 일이 아니고 오래도록 꽤 집중해 여러 질문으로 바꿔보며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성과를 보면 대체로 세 가지 요소가 있어요. 중요한 질문, 질문을 통한 인사이트, 인사이트에 기반한 솔루션. 자기가 납득할 수 있는 솔루션까지 가도록 노력해야 해요. 저 역시 그 질문을 안고 10년을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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