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보다 땅을 위하는 선택
열매보다 땅을 위하는 선택

Interviewee|김유진

  • 연령 51

  • 근로형태 직장인

  • 연차 13년차 이상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예적금,보험,부동산

  • 한 달 생활비 300만 원 이상

활동명 ‘메이킴’으로 더 유명한 푸드 콘텐츠 디렉터이자 (주)오미베리메이스 공동대표인 김유진. 그는 ‘저 너머’에 관심이 많다. 상을 차리더라도 음식 하나의 완성도보다는 식탁 전체의 조화를 살피며, 당장의 수익이나 내일의 화제를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건강한 수입원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비옥한 토양이 탐스러운 열매를 약속하는 필요충분조건임을 알기 때문. 곁을 나누는 것들을 함께 일궈 ‘같이 잘 살자’고 말하는 태도, 이것이 김유진식 투자 스타일이다.

김유진을 수식하는 단어가 많다. 대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연구가로 통칭하지만 속내는 훨씬 다채롭다. 쿠킹 스튜디오 메이스테이블 운영과 세계 최초의 오미자 RTD(Ready to Drink) 음료 오미베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효종원 공동대표, 그리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식문화를 위한 웹 커머스 (주)오미베리메이스 공동대표까지. 저서만 해도 <메이스테이블> <소박한 한 그릇> <12분 만에 뚝딱 메이의 초간단 요리> 등이 있으며 SNS에서는 푸드 인플루언서로 통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벌일 수 있는 힘은 취미였던 요리를 오랫동안 자신만의 콘텐츠로 잘 기른 덕분이다. “초년생 때 제가 번 돈 전부를 저를 키우는 데 투자했어요. 그릇을 사고 스튜디오를 조금씩 넓히고 꽃꽂이를 배우고 요리를 더 배우러 궁중음식연구원과 해외에 다녔죠. 100만 원 수강료를 지불하면 1000만 원이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이거야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생각한 거죠. 그게 일정한 금액을 적금해 얻는 총합보다 더 크게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요. 나의 가치가 높아지면 내가 하는 일의 대가도 눈에 띄게 달라져요. 그래서 저에게 투자한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100만 원 수강료를 지불하면 1000만 원이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푸드 콘텐츠가 전무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레시피를 공유하는 블로그를 운영했고, 뜨거워진 ‘쿡방’ 열풍에 힘입어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인기를 누렸다. 이제는 푸드 산업을 전망하고 푸드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 대표로 일하고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할 때는 클라이언트 한 사람만 만족시키면 됐는데, 기업 대표가 돼보니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우리 직원들, 협력 업체 입장을 함께 고려해야 하더군요. 이들 모두에게 최선의 대가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영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결정할 때 스스로 하는 질문도 바뀌었어요. 이 식재료를 우리 몰에 소개하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뭐가 좋을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뭐가 좋을까? 혹시 개인적인 욕심일까?' 등등(웃음). 분석과 결정은 늘 어렵기에 저의 가치관을 갈고닦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영순위고요, 그를 통해 건강한 기준을 적립한다고 생각해요.”

쿠킹 스튜디오가 정말 예뻐요.
부모님 집을 물려받아 1층을 쿠킹 스튜디오로, 2층은 거주하는 집으로 쓰고 있어요. 1990년대에 부모님이 이 집을 매매하셨어요. 소위 ‘집 장사 집’이라고 하는, 여느 집과 다를 바 없는 집이었는데 이사 들어올 때 어머니 진두지휘하에 싹 손봤어요. 거실 천장에 서까래를 붙이고, 툇마루를 만들고 마당에 연못도 팠어요. 연못 공사비가 500만 원이었는데 당시에는 적은 돈이 아니었죠. 어머니도 이 부분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현장 소장님이 그러셨어요. “지금 500만 원 투자하면 10년 뒤에 집값을 5000만 원 더 받을 수 있어요!” 만약 집의 기능성만 따졌으면 그리 투자하지 못했을 텐데 어머니는 집 전체의 스타일을 보는 안목도 있었고, 더 오래가는 가치를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런 어머니의 도전 정신과 추진력에 영향을 많이 받았겠네요.
그런 것 같아요. 투자라는 것도, 손익이라는 것도 멀리 봐야 하는 것 같아요. 당장은 지출 자체가 더 크게 보여도 그게 거름이 돼서 5년 뒤, 10년 뒤에 더 의미 있는 열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투자를 결정하는 데 소극적인 편이 아니에요. 예로 회사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곧 기업의 가치관과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회사에 초빙해 워크숍을 하고 같이 공부해요. 기업이란 게 나 혼자 잘나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공예품을 홍보하는 일도 같은 이유인데, 음식을 둘러싼 여러 문화적 요소가 함께 성장하고 활성화해야 우리가 하는 일도 건강하게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유진이 이베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독일 마이센 빈티지 찻잔

갖가지 물품을 구매하는 일은 그에게 곧 양분을 축적하는 일과 같다. 진귀한 소장품으로는 이베이 경매에서 구입한, 세계 3대 도자기 중 하나라는 독일 마이센Meissen 빈티지 찻잔을 꼽았다. 그는 경매로 배우는 건 단지 싸게 사는 노하우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베이 초창기에 좋은 매물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때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명을 저장해두고 매일매일 게시글을 확인했어요. 그러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마이센에서 1800년대에 만든 잔을 봤고 경매로 낙찰받았지요. 그 과정을 몇 번 해보면 경매 시스템을 익힐 수 있을뿐더러 어떤 시대에 생산된 어떤 작품이 시장에 어느 정도 나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또 디자인의 유래나 쓰임새, 그릇을 둘러싼 이야기를 배워요. 예로 일본의 노리다케 브랜드는 대한제국 황실에서도 사용했는데 이런 브랜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대중화했는지, 근대화・산업화가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그런 그릇을 통해 알 수 있는 거예요. 미술관에서 유리창 너머로 작품으로 볼 때와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죠.”

“경매로 배우는 건 단지 싸게 사는 노하우만이 아니에요.”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편인가요?
20대 때 지인의 권유로 주식을 했어요. 주식 계좌를 딱 개설하고 보니까 몰랐던 세계가 있더라고요. 공부를 했죠. 그러다 보니 흐름이나 패턴도 곧잘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수익률이 너무 좋아 지인들이 저한테 돈을 맡기는 상황까지 갔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니까 일상이 무너지더라고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직장인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만 하는 거예요. 수익을 내도 일확천금에 대한 유혹만 커지고, 주식 등락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 행복하고.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깨끗이 접었어요.

요즘은 어떤 새로운 씨앗을 키우고 있나요?
한국형 다도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 젊은 공예가들의 작품을 눈여겨보고 또 소개하고 있고요, 지금 준비하는 프로젝트로는 '티 푸드Tea Food'가 있어요. 5월 중으로 <메이의 티 푸드>(가제)라는 책도 출간할 예정인데, 이전까지 티 푸드를 카테고리화해 전문적으로 접근한 시도가 없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커요. 한편으로는 식재료나 음식을 업으로 삼은 전문가들과 협업해 더 다양한 시각에서 음식을 이해하는 강의도 기획, 개발하기 위해 준비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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