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구 멀티탭처럼! 편집자의 일일
6구 멀티탭처럼! 편집자...

Interviewee|이지은

  • 연령 38세

  • 근로형태 직장인

  • 연차 13년차 이상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예적금,보험,주식,부동산

  • 한 달 생활비 300만 원 이상

“ETF는 떡튀순이다. 제가 금융 공부를 하다가 ETF는 주식의 떡튀순이라는 표현이 ‘참 찰떡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주식을 이것저것 하나씩 사는 게 아니라 하나로 모아놓은 세트를 산다는 말이죠. 분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의미가 단번에 전달되더라고요.” 미디어창비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이지은은 금융 지식을 배울 때도 빛나는 표현과 문장을 흥미롭게 가려냈다. ‘떡튀순’이란 단어처럼 유쾌하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지은은 편집자의 일을 6구 멀티탭에 비유했다. “지금 진행하는 책 외에도 앞으로 진행할 책의 작가들, 회사 내 각종 부서, 상사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죠. 그야말로 6구 멀티탭처럼 정신없이 지내는 일이 많아요.” 그가 다니는 직장, 미디어창비는 대형 출판사 창비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전자책이나 오디오 북 같은 책의 미래에 관한 사업과 동시에 트렌드에 발맞춘 새로운 출판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지은의 일상은 책이 지닌 고유한 아날로그와 책의 미래이기도 한 첨단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매일 출근하면 1층 카페에 머그잔을 들고 가서 모닝커피를 사 와요. 커피를 마시며 포스트잇에 오늘의 일정을 적고요. 오전에는 메일 관련 업무를 주로 하죠. 꼭 잊지 않는 건 각종 뉴스레터를 읽는 일이에요. 어피티, 뉴닉, 커피팟, 배달의 민족, 텀블벅, 베러투모로우, 각종 출판사의 소식을 받아보고 있어요.”

“꼭 잊지 않는 건 각종 뉴스레터를 읽는 일이에요.”

Q 뉴스레터를 통해 요즘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이슈가 있나요?
ㅎㅇ 뉴스레터를 통해 K-팝 듣는 재미를 알았어요. 저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예전부터 좋아하는 곡만 듣는 편이에요. K-팝 산업이 점점 커지고 있고 같은 콘텐츠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늘 기웃거리긴 했어요. ㅎㅇ 님의 발 빠르고 간략한 서머리를 통해 누구 앨범이 나왔는지 보고, 찾아서 듣고, 어딘가에 가서 아는 척도 하고요.(웃음)

이지은이 편집을 맡는 책은 주로 에세이 장르다. 책을 기획하고 작가를 섭외한 후 원고가 완전히 입고된 이후부터 원고를 편집하고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기까지 약 2~3달이 걸린다. 책을 기획할 때 편집자의 취향이 전적으로 드러난다. 이지은이 수십 개의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이유 역시 사회의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해서다. 그가 전 직장에서 기획하고 편집했던 에세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이후 후속작 <박막례시피: 배부르다고 착각하지 마>까지 펴내게 된 계기도 평소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를 즐겨 보았기 때문. “독자들이 박막례 할머니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노년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할머니의 에세이를 낸 후에 후속작으로 43년간의 요리 비결을 ‘집밥’ 트렌드와 접합해서 레시피 북도 펴냈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책 <오늘부터 돈독하게> 역시 금융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에서 탄생했다. 2019년 10월, 이지은은 턱없이 낮은 적금 금리에 한탄하며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주식 관련 책을 2~3년간 읽으며 공부했고 이를 토대로 우량주 위주의 안전한 주식을 사 모았다. 자연스레 경제 뉴스도 관심 있게 보게 되었는데, SNS 피드에서 주 수입원으로 종잣돈을 만들고 다른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김얀 작가의 이야기를 보며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얀의 원고를 여러 번 읽으면서 이지은은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돈을 모으는 원동력으로 아침에 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이제 그도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한 잔 마시고 요가를 한다. 출근하기 전 책상에 앉아 편집자의 일에 대해 글을 쓰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루틴을 성실히 실천하는 중이다. 또 한 가지는 부호가 되기 위해서 '소득을 늘리거나 소비를 줄이거나'라는 책 내용에 따라 작년부터 고정 지출을 대폭 줄였다. 매일 마시는 커피값, 생활용품 구매 비용 등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나열해보고, 매달 월급에서 45만 원만 지출하기로 한 것. 남편은 30만 원으로 책정했고 둘은 단 5만 원의 차이도 없이 원칙을 지키는 중이라고.

이지은이 가장 많이 사는 것은 단연 책이다. 회사에서 분기별로 지원해주는 도서 지원비를 거의 첫달에 다 소진할 정도로 많이 산다. 책을 사는 것은 그에게 취미이자 일이다. 읽고 싶은 책은 관심이 생겼을 때 바로 사야 까먹지 않고, 동료들이 만든 책,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도 빠르게 사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신작을 내면 빠르게 구매하는 게 좋은 일이에요. 그래야 출판사에서도 독자들 반응을 감지하고 홍보 비용으로 더 투자하기 때문이죠. 이런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을 사는 건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이기도 해요.”

Q 책을 사는 쇼핑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5만 원 이상 사면 혜택을 많이 누릴 수 있어요. 요즘은 온라인 서점에서 많이 구매하는데 5만 원 이상 살 때부터 굿즈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더라고요. 만약 장바구니에 4만 7000원이 담겨 있다고 하면 기필코 5만 원 이상 될 때까지 채워서 구매하죠.

이지은에게 책을 사는 것만큼 열정적인 소비욕이 있을까? 그는 옷, 액세서리 등을 쇼핑할 때는 곧잘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심지어 많은 선택지를 쳐다보고 있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느낄 정도라 한 브랜드, 한 군데 숍을 몇 년째 애용하고 있다. “책을 제외한 물건에 애정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제가 빵하고 떡볶이를 그렇게 많이 먹는대요.(웃음) 생각해보니 빵이나 디저트에 특히 진심인 편인 것 같아요.”

그가 책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장기간 해외여행을 다니는 게 취미였다. 하지만 요즘은 안전한 방식으로 국내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남편과 다녀온 강릉 여행에 대해 얘기하며 숙소 풍경을 눈에 보이듯 묘사했다. “맥주를 마시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밤인데도 밖이 환한 거예요. 바다 위에 떠 있는 보름달이 그렇게 밝은 줄 몰랐어요. 바다에 달빛이 비치고 윤슬이 반짝거리는데 ‘숙소 하나는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박에 18만 원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가장 만족스러운 소비였어요.” 그는 여행 예산을 짤 때 특히 숙소와 음식에는 후하게 쓰는 편이다. “매끼마다 미리 맛집을 검색해두고 정성스럽게 선택해서 먹으러 가는 편이에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후에 대한 걱정은 멀고 먼 이야기였다.

20대 중반부터 직장 생활을 한 이지은에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후에 대한 걱정은 멀고 먼 이야기였다.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환경도 새로운 동네에서 살 수 있다며 오히려 좋아하던 그였다. 하지만 요즘은 더욱 안정적인 주거를 꿈꾸면서 노후에 대한 계획을 하나씩 세우고 있다. 이지은은 시종일관 빼어난 비유와 위트로 그가 하는 말에 점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런 그가 조만간 새로운 작가와 함께 펴낼 책은 여행에 관한 에세이다. 무려 4년간의 삼고초려 끝에 설득한 작가라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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