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이유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이유

Interviewee|함은혜

  • 연령 34세

  • 근로형태 직장인

  • 연차 8~12년차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예적금,보험,주식,펀드,부동산

  • 한 달 생활비 250~300만 원

구글 코리아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함은혜는 안드로이드 및 구글 플레이의 새로운 기술을 국내 개발자에게 알리고 지원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그중에서도 함은혜가 가장 애착을 갖는 프로젝트는 ‘구글 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이다. 한국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인디 게임을 발굴하고 더 많은 사용자에게 소개한다. “최근 이곳에서 발굴해 톱 3에 들었던 게임은 1인 개발자의 작품이었어요. 그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족들 몰래 게임을 개발했던 거예요.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영예로운 상을 받고 나서 가족들에게 지금껏 게임 개발을 해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례를 볼 때마다 제가 하는 일에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껴요.”

함은혜가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많은 취미 활동을 하는지’다. “저는 일이 바쁠 때 오히려 취미를 더 찾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북바인딩, 레고 조립, 재봉틀 작업 등을 시작했어요. 이전 직장은 마이크로소프트사였어요. 지금 다니는 회사 구글도 그렇지만, 항상 무형의 물건을 마케팅하다 보니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에 반해 취미로는 눈에 보이는 물건을 제작하고 만지는 일에 끌리는 것 같아요.”

그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큰 테이블에는 각종 색연필과 글자가 빼곡히 적힌 필사 노트, 연필깎이가 놓여 있었다. 방 한편에 놓인 피아노와 책상 위 데스크톱에서는 일하던 흔적이 엿보였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수많은 종류의 책이 표지 색깔에 맞춰 무지갯빛으로 꽂혀 있었다. 하지만 방을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는 그의 중요한 취미가 있었으니, 커다란 서랍 속에 가지런히 놓인 수천 자루의 연필이 그 대상이다. 이제 자신을 ‘연필 수집가’라고 소개하기 시작했다는 함은혜는 여러 가지 취미 중에서도 빈티지 연필 수집에 가장 빠져 있다.

그에게 연필 수집이란 단순히 연필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다. “어떤 나라에서 어떤 시대에 생산했는지에 따라서 연필의 퀄리티가 굉장히 달라져요. 내가 어떤 연필을 수집할지 공부도 해야 하고, 막상 그걸 찾더라도 대부분 이미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 연필이죠. 이런 연필을 갖고 있는 셀러를 전 세계에서 물색해 경매에 참여하기도 해요. 그 시절의 연필을 찾아내고, 공들여 깎고, 숨겨진 역사를 공부하고, 그 연필을 사용하면서 필기감을 느껴보는 등 모든 활동이 연필 수집에 포함되죠.”

수집한 연필 중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요?
옛날 연필은 흑연을 동그랗게 깎는 기술이 없어서 심이 네모난 모양이었어요. 저도 네모난 흑연이 박힌 약 200년 전의 연필을 갖고 있어요. 그 연필은 정말 자랑할 만하죠.

한 달에 연필 수집에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되나요?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연필이 정말 많아요. 한 달에 드는 금액을 생각해보면 40만~50만 원 정도 돼요. 제가 주로 수집하는 빈티지 연필은 평균 8만~13만 원 정도 해요. 최근에 구매한 것은 블랙윙 오리지널 연필이에요. 작가, 미술가 등이 오래전부터 극찬한 연필이죠. 연필 애호가였던 존 스타인벡이 연필에 대한 글을 굉장히 많이 남겼는데, “내가 최고의 연필을 찾았다”며 블랙윙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저도 세 자루밖에 갖고 있지 않은데, 이걸 써본 소감을 말하라면 ‘천상계’라는 표현이 딱 맞아요. 연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분이라도 이 연필을 써보면 다들 놀라더라고요.”

“구매한 다음에는 꼼꼼히 그것에 대해 알아보는 편이에요.”

연필 수집은 함은혜를 새로운 취미의 세계로 이끌기도 했다. 연필을 써보기 위해 좋아하는 책을 필사하고 매일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그가 부지런히 기록한다는 ‘소비 일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했다. “제가 물건을 많이 사기도 하지만, 산 다음에는 꼼꼼히 그것에 대해 알아보는 편이에요. 어디서 누가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어떤 사람들이 이 물건을 쓰는지를 알아봐요. 그런데 건망증이 심해서 자꾸 까먹는 거예요.(웃음) 정말 잊지 않기 위해서 물건의 사진을 찍고 제가 얻은 정보를 기록해요. 또 제가 물건을 산 이유, 쓰고 난 이후의 소감을 가능한 한 솔직하게 남기려고 해요.” 그가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건 글을 쓰는 작가, 물건을 만드는 디자이너 등 창작자의 결과물에 정당한 수입이 돌아가는 세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함은혜가 꼭꼭 숨겨진 유망한 인디 게임을 발굴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아름다운 연필을 골라내는 시선에서 그것을 만든 창작자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능력이 엿보였다. 그가 물건을 고르고 살 때 가장 멀리할 수밖에 없는 단어는 ‘가성비’다. 이 단어는 가격과 성능만 있을 뿐 물건을 만든 제작자의 존재를 배재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을 하는데, 그 장인 정신을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일상에서 비추어지는 재테크의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빈티지 연필, 가구 등을 수집하는 것도 재테크라고 생각해요. 빈티지 물건이 시대를 초월해서 지금껏 아름답게 소비된다는 건 그 자체가 검증된 물건이라 생각해요. 당연히 몇십 년 뒤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거라는 확신도 있고요. 제가 지금 수집한 빈티지 연필과 가구도 (물론 팔 생각은 없지만) 예전보다 가격이 2~3배 정도 오른 것들이 있거든요. 제 아이에게 물려줬을 때 아이가 잘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빈티지 물건을 잘 알아보고 고를 수 있는 감식안을 기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제일 쉬운 방법은 감도 높은 편집숍에 자주 방문하는 거예요. 제가 요즘 자주 찾는 곳은 포인트오브뷰Poinofview라는 성수동의 편집숍인데요, 그곳에 가면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전통 있는 문구류와 영감을 주는 오브제를 만날 수 있어요. 1700년대에 세계 최초로 만년필용 잉크를 만든 기업이나 몇백 년 동안이나 페이퍼 클립을 만들어온 회사의 제품 같은 것들요. 그곳만의 특장점은 각각의 물건이 지닌 유래를 세세히 써놓는다는 거예요. 그걸 읽고 공부하면서 다른 물건, 다른 편집숍을 또 알게 되죠. 그런 식으로 다른 것으로 이어지는 연결 지점을 통해 좀 더 좋은 안목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함은혜의 연필에 대한 애정은 최근 유쾌한 이벤트를 만들기도 했다. 연필이 그려진 마스킹 테이프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직접 도안까지 디자인해 만들어서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한 적이 있었다고. 이를 주변의 연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우연한 기회에 연필에 관한 책을 출간하기 직전인 작가에게 닿았던 것이다. 그 작가는 함은혜의 마스킹 테이프를 신간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연필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유난히 커지는 제스처와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는 자칭 ‘아무거나제작소’의 제품을 모아 자신만의 스토어를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함은혜의 금융 고민
  • "목돈이 생겼을 때 부채를 먼저 갚아야 할까요, 투자를 먼저 해야 할까요?"

  • 연필 수집으로 매달 40~50만 원 정도를 사용하고, 그렇게 수집한 연필이 재테크가 될 수 있다는 함은혜님의 얘기를 듣고 단순히 연필을 필기도구로 바라보았던 제 프레임이 많이 바뀌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부채는 좋은 부채와 나쁜(악성) 부채가 있습니다. 좋은 부채는 부채를 사용하는 비용(대가)보다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건 좋은 부채이고, 나쁜 부채는 부채를 사용하는 비용이 내가 갖게 되는 이익보다 더 큰 경우이겠습니다.

    조금 더 명확하게 말씀드리면, 내가 부채를 사용하는 이자가 3%인데 이걸 통해 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은 부채가 될 수 있겠죠. 물론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연필을 수집하는 함은혜님은 수익률보다는 그 연필이 갖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더 중시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채와 투자 중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에 대한 답변은 더 가치 있는 것을 먼저 하시는 게 정답일 듯합니다. 물론 나쁜 부채 또는 악성 부채는 가급적 피하셔야 합니다. 1억의 부채를 일으켜 3% 이자를 내고 투자를 했는데 -5% 손실을 봤다면 총 -8%의 손실을 부담하게 되기에 감당 가능 한 범위 내에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저도 일부 부채가 있는데 이자 부담이 3% 미만일 경우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3% 이상이면 부채를 먼저 갚는 것을 택하고 있습니다. 함은혜님만의 기준을 정하시고 그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를 택하시면 좋을듯합니다.


    주훈 라이프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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