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연비’ 높이는 문구 생활
‘행복 연비’ 높이는 문...

Interviewee|김규림

  • 연령 30세

  • 근로형태 프리랜서

  • 연차 4~7년차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예적금

  • 한 달 생활비 150~200만 원

“문구를 너무나 사랑한다. 이상하리만큼 집착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월급의 반 이상을 문구 구입에 탕진한 적도 있고, 문구점에서 하루를 꼬박 보낸 날들도 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8할은 문구류다.” 책 <아무튼, 문구>에서 문구에 대한 사랑이 아가페적 사랑에 가깝다고 말하는 김규림은 자칭 타칭 문구인이다. 5년 정도 다닌 IT 기업의 마케터 업무를 그만두고 요즘 그는 자유로운 문구인으로서의 삶을 만끽 중이다.

오후 늦은 시간, 주황색 노을이 길게 들어오는 김규림의 집은 세련된 시티 뷰를 자랑했다. 고층 빌딩과 시원하게 뚫린 도로의 모습은 자칫 차가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집은 아주 느리고 따뜻한 물건들로 빼곡했다. 한 장씩 넘기며 쓰는 크라프트 재질의 노트, 커다란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힌 책, 적당히 기울어서 몇 시간씩 앉아 있어도 좋은 캠핑용 안락의자, 세월을 무늬로 간직한 원목 테이블과 북 트롤리까지. 그 속에서 흰색 워크웨어를 멋스럽게 입고 나타난 김규림은 방금까지도 자신의 철학이 깃든 문구용품을 만들다 온 제작자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이건 나만 가지고 있어.” 이런 말을 자주 하는 어린이였죠.

언제부터 문구에 매력을 느꼈나요?
초등학생 때부터 문구를 워낙 좋아했어요. “이건 나만 가지고 있어.” 이런 말을 자주 하는 어린이였죠. ‘쟤는 맨날 특이한 거 가지고 다니는 애’라는 프레임이 한번 씌워지니, 새로운 문구가 출시됐는지 알아보러 더 바쁘게 문방구를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소비만 하는 게 아닌, 이런 아이디어 상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입사해서는 제품 기획 일을 했어요. 문구류 소비를 넘어 생산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죠.

김규림이 물건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알리는 일 중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건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문구는 물론 다른 물건을 사기 전에도 디깅digging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편이다. 물건의 외형은 물론이고 그것이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는지 물건에 대한 정보를 계속 파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물건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상태’가 된다고. 그는 이런 넘쳐나는 말을 인스타그램 계정 ‘소비예찬’에 4년 동안 기록해오고 있다. 사각형 그리드 안에는 원목 책상에 정성스럽게 놓인 물건이 등장하고 그 물건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의도로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물건을 직접 써보니 어땠는지 등 김규림의 자세한 리뷰가 곁들여진다.

인스타그램 계정 ‘소비예찬’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물에 애착도 많은 편이에요. 사람에게는 크게 궁금한 게 없는데 물건에 대해서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어디서 생산됐는지, 기원은 무엇인지, 언제 출시됐는지, 다른 사용자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등. 뭐든 새로 알게 되면 검색해보거나 어디에서 듣고 그 ‘이야기'에 설득당해서 구매하는지라 그걸 또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꾸 게시물을 쓰는 것 같아요. 친구한테 “이것 좀 봐. 잘 샀지?”라고 자랑하다 보면 왠지 더 잘 샀다는 마음이 드는데, ‘소비예찬’을 운영하는 것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소비예찬’을 팔로우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제 계정을 자주 보시는 분들은 제가 소비하는 물건에 담긴 취향에 공감하는 분이겠죠. 저도 제게 영향을 주는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는데, 그 이유는 그 사람이 구매하는 다음 물건도 대체로 제 취향과 맞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흔한 물건에 대해서도 저만의 에피소드를 올리는 경우가 있어요. 이미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관점에서 그 물건을 바라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김규림이 하루 일과 중 꼭 빼먹지 않는 것은 책상에 앉아서 여러 쇼핑몰과 브랜드에서 보낸 광고 메일을 읽는 일이다.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 쓴 그 텍스트에는 트렌드와 설득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데, 이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가끔은 광고 메일에 설득되어 예상치 못한 소비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산 물건 또한 마케터라는 일에 좋은 자양분이 된다고 말한다.

경계하는 것은 광고 알고리즘에 길드는 일이다.

반대로 김규림이 소비에서 경계하는 것은 광고 알고리즘에 길드는 일이다. 김규림은 퇴사 이후 더 많은 콘텐츠를 접하면서 물건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영화 <트루먼 쇼>처럼 잘 짜인 각본대로 제 인생이 어떤 불편함 없이 너무 잘 굴러가는 거예요. 제 취향을 저격하는 그 알고리즘에 지기 싫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그는 이런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디깅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어떤 물건을 샀을 때 그 물건을 맨 처음 알게 된 경로 등 디깅의 흔적을 역으로 기록해보는 것이다.

디깅 노트를 통해 소비에 대해 조망해보니 어땠나요?​
어떤 물건을 알게 되거나 샀을 때 그 계기를 찾아서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했어요. 그 결과 역시나 70% 이상이 광고에서 비롯한 소비였더라고요. 디깅 노트를 써보니 내가 정말로 원해서 산 건지, 그저 알고리즘 광고에 설득되어 산 건지 물건 구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가능한 한 하나의 경로로 물건을 알게 되는 걸 경계하려고 해요. 알고리즘이 추천한 물건만 사다 보면 제 의지는 사라지고 아주 정교한 편리성에 잠식될 것 같아서요. 물건을 사서 활용할 거라면 보다 다채로운 소스로부터 그 물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요. 나를 찾아온 광고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광고를 찾아가는 방식인 거죠.

김규림은 행복 연비가 좋은 사람이다. 누군가는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해 먹으며 행복을 느끼겠지만, 그는 친구와 한강에서 맛있는 김밥을 먹는 것으로도 행복을 뜨겁게 감지할 수 있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다행히도’ 값비싼 빈티지 문구 수집에 흥미를 느끼진 않아서 아주 오래된 문방구에서 어렵게 찾은 300원짜리 연필, 2000원짜리 집기에도 큰 만족을 느낀다. 한 달에 구매하는 물건의 수량만 보면 문구류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소비한 돈의 총액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을 접해본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처음 월급을 받은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적금을 꽤 많이 부었어요. 많게는 월급의 80%까지 저금했죠. 대학생 때 취업을 해서 적은 생활비로 지내는 게 습관이 되어 삶에 큰 변화는 없었는데, 그 덕분에 5년이 지나니 꽤 많은 목돈이 모였어요. 태생이 소심해서인지 복권도 안 사봤거든요. 자잘한 소비로도 이미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몇십 억씩 더 큰돈이 있으면 좋긴 할 텐데 ‘왜 좋지?’ 실감이 안 나서 그런 건지도 모르죠. 다만 저는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사람인 것 같아요. 행복도 바로 눈앞의 소비가 충분히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고요.

은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그 말은 보통 몸담았던 분야에서 꽤 오랜 시간 업력을 쌓은 사람에게 주로 쓰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멋진 훈장처럼 느껴져요. 요새는 은퇴하고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려요. 오랫동안 해온 일이 끝나면 그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또 본업에 밀려 미뤄온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도 시작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김규림은 한국문구회로부터 연락을 받아 전국의 문구 제작 회사 관계자와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오랜 시간 동안 문구를 제작해온 대표들과 문구에 대한 애정을 나눈 신선하고 재미있는 자리였다고. 앞으로도 그는 순수하게 문구를 사랑하는 오랜 팬이면서 동시에 문구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창작자의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할 계획이다.

김규림의 금융 고민
  • "퇴직금을 묶어놓고 있는데요. 적금 이외의 활용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노후대비를 위해 연금으로 활용하거나 자산 증대를 위해 펀드 등에 투자할 수도 있죠. 또 예금 등의 안정형 상품과 주식형 펀드 등의 투자형 상품에 전략적으로 자산을 배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목적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따라서 여유자금의 운용상품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전세보증금 등 1~2년 안에 꼭 사용해야 하는 단기목적자금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 등의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단기목적자금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은행 예적금 상품이 적당합니다. 하지만 은퇴자금 등의 장기목적 자금은 투자기간이 길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고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원금손실의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규림님께 필요한 것은 단기 혹은 장기적인 목표를 하나 세워 보시는 겁니다. 그 후 그 목표를 위해 ‘퇴직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보는 것이죠. 계획과 목적이 명확하다면 보다 쉽게 투자 기간에 맞는 효율적인 금융상품을 선택하실 수 있을 겁니다.

    김성태 웰스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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