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써먹는’ 소비
잘 ‘써먹는’ 소비

Interviewee|이승희

  • 연령 33세

  • 근로형태 프리랜서

  • 연차 8~12년차

  • 보유한 금융 상품 신용카드,예적금,보험,주식

  • 한 달 생활비 150~200만 원

“5년 8개월간 다니던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인사 팀과 면담을 했어요. 그때 혼자서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을 계산해봤더니 퇴사하면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퇴사하기로 결심했죠.” 약 10년간 마케터로 일하면서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는 이승희는 퇴사 후 자칭 백수로 지내고 있다. 그전처럼 새 직장을 구하지도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자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퇴사 직후 이승희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불안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회사를 그만둔 직장 동료는 퇴사 이후 삶을 잘 누리는데 이승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초조하기만 했다. 직장 동료는 그에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라고 말해주었고 둘은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는 모임, 두낫띵클럽Do Nothing Club을 만들었다. 뉴욕의 일러스트레이터 제이슨 폴란Jason Polan의 ‘타코벨 드로잉 클럽’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이 재치 넘치는 백수 듀오는 모빌스 그룹과 협업해 유튜브 콘텐츠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굿즈를 만들고 최근에는 전시도 열었다.

이곳에 모인 약 1만 명의 사람들은 두낫띵클럽이 외치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에 단박에 매료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에는 사실 깊은 속내가 담겨 있다. 이승희는 퇴사한 후 주변 사람들이 그의 커리어 패스에 훈수를 두는 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가까운 지인들이 ‘어느 기업을 가든 여기서 3~4년 더 있다가 뭘 하고 결혼을 하고’ 이런 걸 얘기하는데 너무 답답했어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선언은 ‘사람들이 시키는 거 안 할래’, ‘내 속도대로 살래’, ‘내 마음대로 갈래’라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기도 해요.”

이승희가 요즘 재미있게 읽는 것은 <좋은 감각은 필요합니다>라는 책이다. “예전에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을 펴낸 일본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의 신작이에요. 작가는 좋은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 진짜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상상하는 정보만으로는 좋은 감각을 기를 수 없다고요. 저는 소비도 그런 것 같아요.” 이승희는 경험이란 단어에 ‘자산’이란 말을 덧붙이며 경험은 부지런한 공부이자 투자라고 말한다. 그는 본격적으로 마케터로 일하면서 여행, 일상 등에서 경험한 것, 영감이 될 만한 것을 메모해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좋은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 진짜 경험이 필요하다”

이승희는 최근 기록하는 습관과 이런 습관을 더 나은 생각으로 키우는 과정을 집약해 <기록의 쓸모>라는 책을 펴냈다. 평소 그가 유독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기록은 소비할 때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순간이다. “경험하기 위한 소비는 아끼지 않아요.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진 저로서는 무언가를 고르고 살 때 느끼는 감정을 역으로 써먹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마케팅 팀에 있을 때 상사가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사보고 싶은 걸 사고 경험도, 여행도 많이 해봐야 사람들에게 물건을 잘 팔 수 있다고요. 예를 들어 페스티벌을 기획한다고 했을 때 여러 페스티벌을 많이 겪어보고 뭐가 좋은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요.”

그가 보기에 동시대 사람들 역시 경험 자산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핫 플레이스를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는 건 그 공간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고, 결국 자신의 안목을 높이는 자산이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불어 그는 20~30대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고를 때도 환경을 생각하고 균형 잡힌 삶을 지지하는, 그런 건강한 가치관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도 말했다.

이런 소비문화 속에서 이승희가 요즘 그의 친구들과 눈여겨보는 것은 ‘알고리즘’이다. 한 친구가 갑자기 역삼동에서 가서 떡을 사 오게 만드는 연예인 김나영의 유튜브처럼, 소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에 흥미를 느낀 것이다. 이승희 역시 이효리, 조승연, 유아인, 이동진 등 다양한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나오는 영상을 본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으로, 이승희의 표현을 빌리자면 '멘탈이 튼튼한 사람들'이다. “영상 콘텐츠를 통해 소비가 잘 이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TMI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품의 역사에 대해서, 성분에 대해서 자세한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제품을 안 살 수가 없는 거죠.”

최근 경험한 금융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주변에 마케팅 일을 하는 친구들이 다 주식을 하는 거예요. 마케터라면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어떻게 흘러갈지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고 예측하는 게 일종의 덕목이라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도 전문 투자자까지는 아니지만 시장을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르고 싶어서 주식을 시작했어요.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야를 하려고 IT, 광고 등의 주식을 샀는데, 신기한 건 그전까지 관심 없던 경제 기사가 되게 의미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은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본인에게 은퇴란 어떤 의미인가요?​
한 가지 분야에서 일을 잘 해냈다고 다른 사람들이 붙여주는 단어라 생각해요. 만약 제가 마케팅에서 몇 년, 그림에서 몇 년, 커피 분야에서 갑자기 몇 년 이렇게 일한다면 누군가 제게 “이승희 은퇴한다”라고 말해주지 않을 것 같거든요. 한 가지 분야에서 되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자신에게 붙이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불러주는 단어가 아닐까요?

이승희는 요즘 책 사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한 달에 25만~40만 원 정도를 수필, 잡지, 소설, 자기 계발서 등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다양한 책을 사는 데 쓴다고. 오늘 그를 만난 곳도 서점이다. 최근 강남에 문을 연 스토리지북앤필름은 독립 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서점으로 이승희와 꽤 깊은 인연이 있다. 그가 회사 동료 7명과 같이 독립 출판 수업을 들으며 첫 책을 낸 곳이기 때문이다.

이승희의 꾸준한 기록 습관은 4년에 걸쳐 총 4권의 책을 낸 원동력이 되었다. 마케터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동분서주하는 이승희는 퇴사할 때 품었던 의문이 검증됐다고 말한다. ‘큰 조직에 소속되어 일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퇴직금의 일부로 생활하고 있지만 만약 돈이 더 필요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음에 다른 일을 할 때도 그만두고 싶을 때는 그만둬도 된다는 그런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그는 오늘도 자신의 콘텐츠 ‘마케터의 공간들’에 등장한 캐릭터처럼 동그란 ‘영감 안경’을 끼고 일상 곳곳에서 기록할 뭔가를 찾아 나선다. 남들이 강요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두낫띵’을 외치면서 말이다. 앞으로 이승희의 기록은 또 얼마나 멋진 결과물을 탄생시킬까?

이승희의 금융 고민
  • "세무적인 것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직장을 나와 고생 중인 저에게 추천해 주실만한 연말정산, 세금 관련 교육이 있을까요?"

  • 먼저 회사를 관두고 과감히 프리랜서로서 도전하신 이승희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새로운 도전을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데, 퇴사 후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소득과 세금은 바늘과 실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은 항상 동반됩니다. 이승희님이 노력해서 번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금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프리랜서의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에 해당됩니다. 회사에 다닐 때처럼 회사에서 세금을 알아서 내는 게 아닌 본인이 직접 세금을 신고해야 하죠. 세금 신고 시에는 세무사를 동반해야 하지만 간단한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신고는 홈택스를 통해서 직접 하실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 SNS 채널에 금융 관련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외부 강의를 활용하시는 것보다는 유튜브에 많은 세무사들이 프리랜서에 대한 세금 자료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한 교육을 추천드립니다. 또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신규 사업자가 알아두면 유익한 세금정보” 등 세금 관련한 소책자 형태의 파일이 많이 공유되어 있습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소책자를 찾아보시는 것도 기초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윤이나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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